아직도 술 한 잔은 괜찮다고요?
2023년 · WHO · Lancet Public Health
세 줄 요약
- 세계보건기구는 2023년 '건강에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 알코올은 석면·담배와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습니다. 1988년부터입니다.
- 하루 한 잔 이하의 소량 음주에서도 구강암·식도암·유방암의 위험 증가가 확인됐습니다.
이야기
영상에서 다 담지 못한 근거를 논문으로 확인해 다시 풀어 썼습니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몸에 좋다.”
오래 통용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의 근거는 지난 10여 년 사이 상당 부분 무너졌습니다.
1군 발암물질
먼저 분류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발암성 근거의 확실함에 따라 물질을 나눕니다. 가장 높은 1군(Group 1) 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입니다.
알코올음료는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담배, 석면, 방사성 물질과 같은 칸입니다.
1군은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확실성의 등급입니다. 술이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고,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담배만큼 확실하다는 뜻입니다.
소량은 괜찮지 않을까
핵심 질문은 이겁니다. 하루 한 잔 정도라면?
2013년 바냐르디 연구팀은 하루 한 잔 이하의 음주만 따로 모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이 수준에서도 구강암·인두암·식도암의 위험 증가가 확인됐습니다. 유방암에서도 관련이 보고됐습니다.2
2023년 WHO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건강에 해롭지 않은 음주량의 기준선을 제시할 수 없다” 는 것입니다. 위험이 0이 되는 지점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죠.1
’적당히 마시면 좋다’는 어디서 왔을까
한때 소량 음주자가 비음주자보다 심혈관 질환이 적다는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적당한 음주는 약’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비교 대상이었습니다. 비음주자 집단에는 건강이 나빠져 술을 끊은 사람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들이 아픈 이유는 금주가 아니라 원래의 병이었죠. 이 편향을 걷어내면 소량 음주의 이점은 크게 줄거나 사라진다는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짚어둘 것
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과, 마시면 암에 걸린다는 것은 다릅니다. 소량 음주에서 늘어나는 절대 위험은 크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의 요점은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소량은 안전하다”는 말에 근거가 없다는 쪽입니다. 마실지 말지는 그 위에서 각자 판단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술을 끊으라는 결론까지 갈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마실 때 “이 정도는 건강에 좋다” 는 말은 이제 접어두는 게 정확합니다. 즐거워서 마시는 것과 몸에 좋아서 마시는 것은 다른 이야기니까요.
근거
- 1
Anderson, B. O., Berdzuli, N., Ilbawi, A., et al. (2023). Health and cancer risks associated with low levels of alcohol consumption. The Lancet Public Health, 8(1), e6–e7.
WHO 유럽지역사무처 등이 낸 성명입니다. 안전한 음주 수준을 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원문 보기 ↗ - 2
Bagnardi, V., Rota, M., Botteri, E., et al. (2013). Light alcohol drinking and cancer: a meta-analysis. Annals of Oncology, 24(2), 301–308.
하루 한 잔 이하의 소량 음주만 따로 모아 분석한 메타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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