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린 시절 추억'은 가짜일 수도 있습니다
1995년 · Loftus & Pickrell · Psychiatric Annals
세 줄 요약
- 워싱턴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에게 '어릴 때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다'는 없던 일을 사실인 것처럼 들려줬습니다.
- 참가자 24명 중 약 4분의 1이 그 일을 자기 기억으로 받아들였고, 아무도 알려준 적 없는 세부 묘사까지 스스로 덧붙였습니다.
- 기억은 녹화된 영상이 아니라 매번 다시 조립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빈칸이 생기면 뇌가 알아서 메웁니다.
이야기
영상에서 다 담지 못한 근거를 논문으로 확인해 다시 풀어 썼습니다.
여러분의 기억은 얼마나 견고합니까?
1995년, 워싱턴대학교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는 아주 단순한 실험 하나를 설계했습니다. 참가자의 가족에게 미리 연락해, 그 사람이 어린 시절 겪은 진짜 사건 세 가지를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네 번째 이야기를 하나 끼워 넣었습니다. 실제로는 일어난 적 없는 일이었죠.
“당신은 다섯 살 무렵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한참을 울다가, 어떤 나이 든 분이 당신을 발견해 가족에게 데려다주었죠.”
참가자들은 이 네 가지 이야기를 읽고, 기억나는 대로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며칠 간격을 두고 같은 질문이 반복됐습니다.
없던 기억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첫 회차에서 대부분은 네 번째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참가자 24명 가운데 약 4분의 1이 그 사건을 자기 기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겁니다.1
더 놀라운 건 그다음입니다. 이들은 연구진이 알려준 적 없는 내용을 스스로 덧붙였습니다. 자기를 구해준 사람의 옷차림, 그때 느낀 감정, 쇼핑몰의 분위기 같은 것들이었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뇌가 알아서 빈칸을 채운 겁니다.
실험이 끝나고 “사실 그중 하나는 지어낸 이야기였다”고 알려주자, 일부 참가자는 어느 것이 가짜인지 끝내 골라내지 못했습니다.
기억은 영상이 아니라 이야기다
우리는 기억을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영상처럼 생각합니다. 꺼내 보면 그때 그대로 남아 있을 거라고요.
하지만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습니다. 기억을 꺼낼 때마다 뇌는 남아 있는 조각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를 조립합니다. 조각이 부족하면? 그럴듯한 내용으로 메워 넣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메운 부분과 원래 있던 부분을 구별해서 표시해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반복해서 떠올린 기억일수록 더 선명해지지만, 동시에 원본에서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선명함은 정확함의 증거가 아닙니다.
이 연구는 2023년에 사전등록 방식으로 다시 검증됐고,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2
가장 확신하는 기억일수록, 한 번쯤 의심해 볼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근거
- 1
Loftus, E. F., & Pickrell, J. E. (1995). The Formation of False Memories. Psychiatric Annals, 25(12), 720–725.
'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기억' 실험의 원 논문입니다. 워싱턴대 학생 24명이 참가했습니다.
원문 보기 ↗ - 2
Murphy, G., et al. (2023). Lost in the mall again: a preregistered replication and extension of Loftus & Pickrell (1995). Memory, 31(6).
2023년에 사전등록 방식으로 다시 검증한 후속 연구입니다. 원 연구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문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