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쳐다보는 느낌, 뇌가 보낸 붉은 경고
2009년 · Senju & Johnson · TiCS
세 줄 요약
- 나를 향한 눈은 다른 자극보다 빠르게 처리됩니다. 이것을 '시선 접촉 효과'라고 부릅니다.
- 보이지 않게 억제한 얼굴도, 눈이 정면을 향하고 있으면 더 빨리 의식에 떠올랐습니다.
- 시각 피질을 거치지 않는 지름길이 편도체로 이어져 있다는 해부학적 근거도 확인됐습니다.
이야기
영상에서 다 담지 못한 근거를 논문으로 확인해 다시 풀어 썼습니다.
등 뒤가 따갑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누군가 보고 있습니다.
초능력처럼 들리지만, 뇌가 눈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눈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사람의 시각 체계는 나를 향한 눈을 다른 것들과 다르게 처리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시선 접촉 효과(eye contact effect) 라고 부릅니다.1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2011년 티모 슈타인 연구팀은 양쪽 눈에 서로 다른 그림을 보여주는 기법을 썼습니다. 한쪽 눈에 강한 무늬를 주면, 다른 쪽 눈에 들어온 얼굴은 한동안 의식에 떠오르지 못합니다.
연구팀은 이렇게 억눌린 얼굴이 언제 의식에 올라오는지를 쟀습니다. 그러자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이, 시선을 돌린 얼굴보다 더 빨리 떠올랐습니다.2
아직 못 봤다고 여기는 단계에서 이미, 뇌는 그 눈이 나를 향했는지를 가려내고 있었던 겁니다.
지름길이 실제로 있었다
왜 이렇게 빠를까요. 오래된 가설은 시각 피질을 거치지 않는 지름길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식 경로로 차근차근 처리하기 전에, 위험 신호부터 편도체로 보내는 우회로 말이죠.
2019년 매커다이언 연구팀은 사람의 뇌를 영상으로 분석해 시상의 시상침(pulvinar)에서 편도체로 곧장 이어지는 신경다발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이 굵은 사람일수록 두려운 표정을 더 빠르게 알아봤습니다.3
짚어둘 것
여기까지가 근거가 있는 부분이고, 여기서부터는 아닙니다.
등 뒤에서 보는 시선을 느낀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위 연구들은 모두 눈에 보이는 얼굴을 다뤘습니다. 시야 밖의 응시를 감지한다는 주장은 통제된 실험에서 뒷받침되지 않았습니다.
돌아봤더니 정말 보고 있더라는 경험은, 소리·그림자·주변 시야 같은 단서와 맞았을 때만 기억에 남는 착시로 설명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우리 뇌에는 눈을 위한 빠른 회선이 따로 깔려 있습니다. 수만 년 동안 나를 보는 눈은 곧 상황이 바뀐다는 신호였으니까요.
그 회선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다만 등 뒤까지 닿지는 않습니다.
근거
- 1
Senju, A., & Johnson, M. H. (2009). The eye contact effect: mechanisms and development.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13(3), 127–134.
시선 접촉이 특별하게 처리되는 이유를 '빠른 지름길' 가설로 정리한 리뷰입니다.
원문 보기 ↗ - 2
Stein, T., Senju, A., Peelen, M. V., & Sterzer, P. (2011). Eye contact facilitates awareness of faces during interocular suppression. Cognition, 119(2), 307–311.
의식에 떠오르지 못하게 억제한 얼굴이라도, 시선이 정면이면 더 빨리 알아차린다는 실험입니다.
원문 보기 ↗ - 3
McFadyen, J., Mattingley, J. B., & Garrido, M. I. (2019). An afferent white matter pathway from the pulvinar to the amygdala facilitates fear recognition. eLife, 8, e40766.
시상의 시상침에서 편도체로 곧장 이어지는 신경다발을 사람 뇌에서 확인한 연구입니다.
원문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