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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dn't Know That

판사가 '가석방'을 거부하는 진짜 이유

2011년 · Danziger, Levav & Avnaim-Pesso · PNAS

세 줄 요약

  • 이스라엘 가석방 심사 1,000여 건을 분석했더니, 판결 시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 휴식 직후에는 가석방 승인률이 약 65%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고 휴식 후 다시 올라갔습니다.
  • 다만 이 해석에는 반론도 있습니다. 사건 배정 순서 같은 다른 요인이 섞였을 가능성이 지적됐습니다.

이야기

영상에서 다 담지 못한 근거를 논문으로 확인해 다시 풀어 썼습니다.

법정에 서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판사의 점심시간일지도 모릅니다.

1,000건의 판결을 시각순으로 늘어놓다

2011년, 이스라엘과 미국 연구진은 특이한 데이터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스라엘 판사 8명이 10개월 동안 50일에 걸쳐 내린 가석방 심사 1,000여 건의 기록이었습니다. 각 판결이 몇 시 몇 분에 내려졌는지까지 남아 있었죠.

연구진은 이 판결들을 하루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았습니다. 그러자 눈에 띄는 곡선이 나타났습니다.

아침에 심사가 시작될 때, 가석방 승인 비율은 약 65% 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비율이 꾸준히 떨어졌습니다. 어떤 구간에서는 거의 0에 가까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판사들이 간식이나 점심 휴식을 취한 직후, 승인율은 다시 65% 부근으로 돌아왔습니다.1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연구진이 제시한 설명은 의사결정 피로(decision fatigue) 였습니다.

가석방을 승인하는 건 어렵고 위험한 선택입니다. 서류를 검토하고, 위험을 따지고, 책임을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거부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쪽이니까요.

정신적 자원이 바닥나면 뇌는 에너지가 덜 드는 선택으로 기울어집니다. 판사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지쳐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반론이 있습니다

이 연구는 워낙 유명해진 만큼 검증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핵심은 판결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가석방을 승인하려면 조건을 따지고 서류를 남겨야 하니, 거부보다 시간이 더 걸립니다. 그리고 판사가 합리적으로 시간을 관리해서 휴식 전에 끝내기 어려운 사건은 다음 순서로 미룬다면, 한 구간의 뒤로 갈수록 승인 건수가 줄어드는 곡선이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2016년 연구는 이 조건만 넣고 “완벽하게 합리적인 판사”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러자 원 논문의 그래프와 거의 똑같은 모양이 나왔습니다. 피로가 전혀 없는데도요.2

그러니 “판사가 배고프면 유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판결처럼 엄정해야 할 결정조차 사건 내용 바깥의 조건에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 제기는, 여전히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함께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근거

  1. 1

    Danziger, S., Levav, J., & Avnaim-Pesso, L. (2011). Extraneous factors in judicial decisions. PNAS, 108(17), 6889–6892.

    이스라엘 판사 8명이 10개월간 50일에 걸쳐 내린 1,000건 이상의 가석방 결정을 분석했습니다.

    원문 보기 ↗
  2. 2

    Glöckner, A. (2016). The irrational hungry judge effect revisited: Simulations reveal that the magnitude of the effect is overestimated. Judgment and Decision Making, 11(6), 601–610.

    원 연구의 효과 크기가 과대평가됐다는 반론입니다. 가석방을 승인하는 판결이 거부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판사가 휴식 전에 끝내기 어려운 사건을 미룬다면 배고픔과 무관하게도 같은 곡선이 나온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합니다.

    원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