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우연히 포착한 '주마등'의 실체
2022년 · Vicente et al. · Front. Aging Neurosci.
세 줄 요약
- 간질 진단을 위해 뇌파를 재던 87세 환자가 촬영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습니다.
- 덕분에 인류 최초로 죽음 전후 15분의 뇌파가 통째로 기록됐습니다.
- 심장이 멎은 직후, 기억을 떠올릴 때 나타나는 감마파가 오히려 늘었습니다. 다만 단 한 명의 기록입니다.
이야기
영상에서 다 담지 못한 근거를 논문으로 확인해 다시 풀어 썼습니다.
죽는 순간 인생이 스쳐 지나간다는 이야기. 들어봤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 순간에 뇌파를 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2022년, 그 일이 우연히 일어났습니다.
예정에 없던 기록
캐나다에서 87세 남성 환자가 간질 진단을 위해 연속 뇌파 검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머리에 전극을 붙인 채 뇌 활동을 계속 기록하는 검사였죠.
검사 도중, 환자에게 심장마비가 왔습니다. 그리고 사망했습니다.
기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죽음 직전 약 15분과 직후의 뇌파가 통째로 남았습니다. 사람에게서 이런 기록이 남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1
심장이 멎은 뒤에 일어난 일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감마파였습니다. 기억을 떠올리거나 꿈을 꿀 때, 집중해서 정보를 엮을 때 두드러지는 빠른 리듬입니다.
심장이 멈추기 직전 30초와 멈춘 직후 30초 구간에서, 감마파의 활동과 다른 리듬과의 결합이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연구팀은 조심스럽게 덧붙였습니다. 이 패턴이 기억을 되짚을 때 나타나는 것과 닮았다고요.
짚어둘 것 — 여기가 중요합니다
이 기록은 단 한 사람의 것입니다. 통계를 말할 수 있는 표본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환자는 간질을 앓았고, 뇌출혈과 부종이 있었으며, 항경련제를 복용 중이었습니다. 관찰된 뇌파가 건강한 사람의 죽음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같은 학술지에 실린 논평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뇌파가 기억을 떠올릴 때와 닮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제로 무언가를 떠올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점을 짚습니다. 뇌 활동의 모양과 주관적 경험은 다른 층위의 이야기니까요.2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주마등이 증명된 것은 아닙니다. 증명에 가까운 무엇도 아닙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해졌습니다. 심장이 멈춘 뒤에도 뇌는 한동안 조용하지 않다는 것. 죽음이 스위치를 내리듯 한 번에 오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우연히 남은 15분의 기록에 적혀 있습니다.
근거
- 1
Vicente, R., Rizzuto, M., Sarica, C., et al. (2022). Enhanced Interplay of Neuronal Coherence and Coupling in the Dying Human Brain.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14, 813531.
죽음을 전후한 사람의 연속 뇌파가 우연히 기록된 첫 사례 보고입니다.
원문 보기 ↗ - 2
Greyson, B., van Lommel, P., & Fenwick, P. (2022). Commentary: Enhanced Interplay of Neuronal Coherence and Coupling in the Dying Human Brain.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14, 899491.
같은 학술지에 실린 논평입니다. 이 기록으로 임사 체험을 설명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짚습니다.
원문 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