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니까 더 잘 들을 거라는 착각
2008년 · Waber et al. · JAMA
세 줄 요약
- 성분이 전혀 없는 같은 알약을, 한쪽에는 2.5달러 다른 쪽에는 0.1달러라고 알려줬습니다.
- 비싼 약이라고 들은 집단에서 진통 효과를 보고한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 가격은 성분이 아니라 기대를 바꿉니다. 그리고 기대는 실제로 통증 경험을 바꿉니다.
이야기
영상에서 다 담지 못한 근거를 논문으로 확인해 다시 풀어 썼습니다.
같은 약인데 비싼 쪽이 더 잘 듣는 것 같다면, 기분 탓일까요.
기분 탓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기분이 통증을 실제로 바꿉니다.
2.5달러짜리 가짜 약
2008년, 레베카 웨이버와 댄 애리얼리(당시 MIT), 바바 시브(스탠퍼드) 연구팀이 JAMA에 실은 짧은 논문입니다.
참가자들에게 새로 나온 진통제라며 알약을 줬습니다. 사실은 아무 성분도 없는 위약이었습니다. 모든 참가자가 똑같은 알약을 받았습니다.
다른 건 딱 하나, 가격 정보였습니다.
- 한 집단: 한 알에 2.5달러인 신약이라고 안내
- 다른 집단: 할인해서 한 알에 0.1달러라고 안내
그리고 약을 먹기 전과 후에 손목에 전기 자극을 주고 통증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비싼 약이라고 들은 집단에서 통증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이 훨씬 높았습니다.1
가격은 정보다
우리는 가격을 숫자로만 보지 않습니다. 품질에 대한 신호로 읽습니다.
비싸다는 말을 들으면 효과에 대한 기대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위약 효과의 핵심 재료가 바로 그 기대입니다. 기대는 뇌의 통증 조절 체계를 실제로 움직입니다. 상상이 아니라 측정되는 변화입니다.
싸다는 정보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깎아 위약 효과 자체를 줄여버립니다.
짚어둘 것
이 연구는 위약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실제 약효가 있는 약이 비쌀수록 더 잘 듣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반대 방향도 아닙니다. 싼 약이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성분이 같으면 약효도 같습니다. 달라지는 건 그 위에 얹히는 기대의 크기입니다.
표본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 단일 실험이라, 그 자체로 결론을 확정할 크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값을 아는 순간 우리는 이미 다르게 느낍니다. 약에서도, 와인에서도, 아마 다른 많은 것에서도요.
싼 약이 잘 안 듣는 것 같다면, 약을 의심하기 전에 가격표를 봤다는 사실을 한 번 의심해볼 만합니다.
근거
- 1
Waber, R. L., Shiv, B., Carmon, Z., & Ariely, D. (2008). Commercial features of placebo and therapeutic efficacy. JAMA, 299(9), 1016–1017.
같은 위약을 가격만 다르게 제시했을 때 진통 효과 보고가 달라진 실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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