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을 높이는 색? '레드'의 심리학
2005년 · Hill & Barton · Nature
세 줄 요약
- 2004 아테네 올림픽 격투 종목은 선수에게 빨강과 파랑 유니폼을 무작위로 배정했습니다.
- 네 종목 모두에서 빨강을 입은 쪽이 더 많이 이겼습니다. 실력이 비슷할수록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 같은 학술지에 곧바로 반론이 실렸습니다. 색이 아니라 눈에 띄는 정도의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야기
영상에서 다 담지 못한 근거를 논문으로 확인해 다시 풀어 썼습니다.
빨간 옷을 입으면 이길 확률이 올라간다. 미신 같지만, 이 주장은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올림픽이 만들어준 실험실
2005년 더럼대학교의 러셀 힐과 로버트 바턴이 주목한 것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었습니다.
복싱, 태권도,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자유형 레슬링. 이 네 종목에는 특이한 규칙이 있었습니다. 선수에게 빨강과 파랑 유니폼을 무작위로 배정한다는 것.
무작위 배정은 실험 설계의 핵심입니다. 강한 선수가 빨강을 고르는 일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니, 색과 실력이 섞이지 않습니다.
연구팀이 경기 결과를 집계하자 네 종목 모두에서 빨강 쪽 승률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의 실력이 비슷할수록 차이가 크게 나타났습니다.1
왜 빨강일까
연구팀이 든 근거는 동물행동학이었습니다. 여러 종에서 붉은 기운은 높은 테스토스테론과 우세한 지위의 신호로 쓰입니다. 사람도 화가 나거나 흥분하면 얼굴이 붉어지죠.
상대의 빨강이 무의식적으로 위협 신호로 읽히면서, 미세하게 위축시킨다는 해석이었습니다.
곧바로 실린 반론
이 논문의 흥미로운 점은 같은 학술지에 반박이 따라붙었다는 것입니다.
캔디 로 연구팀은 같은 올림픽의 유도를 들여다봤습니다. 유도는 흰색과 파란색 도복을 씁니다. 여기서도 한쪽이 유리하다면 색 자체가 아니라 눈에 잘 띄는 정도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색의 상징이 아니라 배경과의 대비, 시각적 두드러짐으로도 같은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2 힐과 바턴은 곧바로 재반박했고, 논쟁은 그 뒤로도 이어졌습니다.
짚어둘 것
이 연구는 격투 종목의 승패 통계입니다. 면접이나 발표에서 빨간 옷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로 옮기기에는 거리가 멉니다.
승률 차이도 압도적인 수준이 아니라, 실력이 팽팽할 때 저울을 살짝 기울이는 정도로 보고됐습니다. 영상 제목의 ’승률을 2배’는 과장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남는가
색이 승부를 뒤집지는 못합니다. 다만 접전에서는 아주 작은 것도 저울에 올라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 논문이 남긴 더 좋은 장면은 따로 있습니다. 화제가 된 결과에 곧바로 반론이 붙고, 그 반론이 같은 지면에 실리는 방식 말입니다.
근거
- 1
Hill, R. A., & Barton, R. A. (2005). Red enhances human performance in contests. Nature, 435(7040), 293.
2004 아테네 올림픽의 복싱·태권도·그레코로만형/자유형 레슬링 경기 결과를 분석했습니다.
원문 보기 ↗ - 2
Rowe, C., Harris, J. M., & Roberts, S. C. (2005). Sporting contests: Seeing red? Putting sportswear in context. Nature, 437(7063), E10.
같은 학술지에 실린 반론입니다. 유도 데이터에서는 같은 패턴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원문 보기 ↗
